풍류산행

"오늘 내가 살아 갈 이유" 독서후기

지난번 독서토론(2011.12.25) "지구별 어른,어린 왕자를 만나다." 이후 4일뒤에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았다.대장내시경에서 발견 된 용종제거 수술 이후 3박4일간의 병원생활을 마감하고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때 나는 치질환자들과 같은 병실에 있었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치질도 경중이 있고
사람마다 고통의 크기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어떤 사람은 수술 후 2박3일만에 퇴원했고
어떤 사람은 치질 중에서도 치루로 수술들어가기 전에 일주일이나 병원생활을 하며 검사를 받은 후
수술을 했고 이후 치료 받을때마다 울부짖는 고통이 전해지는 등 환자마다 상황이 각각 달랐다.

남에게 이야기 하기 부끄러운 병이라는 점과 하필이면 그 곳일까하는 고민들 때문에 병원에 늦게
도착한 사람도 있었다.입원기간 동안 인간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무릇 모든 병은 초기에 잡으면
고통도 덜하고 별일 없는데,참으면서 병을 키우면 나중엔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부끄럽다고
감출일이 아니다.뒤늦게 후회하는 환자를 보며 인간이 잘먹고 잘자고 잘 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내가 최근 느끼는 감정 중의 하나인 "사랑"이라는 의미다.

뭔가 아름답고 위대한며 지고지순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나는 병실에서 사랑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좀더 현실적인 사랑을 보았다.

사랑은 어렵고 냄새나고 고통스럽다. 그것은 본인이 견딜 수 없는 것과 공생하는 것이 삶이라고 요구
하기 때문이다.

짧은 병원생활에도 이렇게 의미가 달라지는데 만약 당신이 암선고를 받는다면.....
그것도 생의 이륙직전이라고 할 30대에.....그때의 씌어지는 글은 말 그대로 "영혼의 기록"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다. 글의 저자는 위지안(于娟 Yu Juan 1979 ~ 2011.4.19.)이다.

그녀의 블로그 이야기들을 묶어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그녀의 블로그에서 본 원제는
'차생미완성(此生未完成)"이다.미완성이라는 말에서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가 스쳐 지나간다.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Unfinished Symphony 未完成交響曲)과 비슷한
느낌의 "차생미완성"의 '미완성'이라는 그 의미를 생각하면 가슴이 찌릿해진다.2009년 12월에 암
진단을 받고, 79편의 항암 일지를 썼다."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에 대한 기록으로
약 1년 4개월 정도의 투병기다.

사자성어 불리불기不離不棄(헤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남편이 사다 준 양말에 표기된 글자
인데,위지안의 입장에서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녀의 블로그에 있는 또 다른 그녀의 저서에 적힌 "BEING ALIVE IS A GIFT"는 단지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선물이다는 의미다.사실 생일의 한자글 生日은 "태어난 날"이라는 의미도 되고,"사는 날"의
의미도 된다.결국 살아있는 날이 곧 생일이니 선물을 받는 생일과 같은 의미일지도...

그녀는 푸단(復旦 Fudan) 대학 최연소 교수다.서른 살 젊은 나이에 그녀는 교수가 되며 삶의 최고
정점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그런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 얼마나 자기자신을 호되게 몰아쳤겠는가?

그런점에서 그녀는 "내가 왜 암에 걸렸을까"에 대한 비학술적인 보고서를 적어 놓았다.이유는 먹는 것
을 업신여기고 잠과 휴식을 업신여겼다.벼락치기 공부와 더러운 공기도 한 몫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달았다.

한마디로 "잘먹고,잘자고 잘 싸는 것"이 인간의 세가지 즐거움이며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하여 적어
놓았다.특히 벼락치기 공부의 폐해 중 하나인 "경쟁"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은 동물계에서 뱀이 생성하는 독 다음으로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인간의 뇌에서 엔드로핀이냐 노르아드레날린이냐를 선택하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인 것이다.
공부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되어 뇌에서 엔도르핀이 생성 되어야 하는데,누군가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스트레스라면 자기 자신을 독으로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수많은 "오늘"을 희생하며 살았다.
저당 잡혔던 그 무수한 "오늘"들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라던지, 혹은

"시간이란,여행을 다닐 수 있는 기회"라는 말들도 가장 수긍이 가는 글이다.여행을 떠나기에 적합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언젠가는,언제가는 하다보면 그냥 세월만 흐르게 될 것이니..

"사람들은 '여행'이라는 단어를 '언젠가'와 동의어로 생각하지만, 10년, 20년이 훌쩍 흐른 뒤에야
여행을 떠나기에 적합한 시기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후회한다.

그외에도 당연하지만 영혼의 기록 같은 주옥 같은 말들이 이어진다.

"생명이 막바지에 가까워 오니까 세상의 명리와 권세, 돈, 사소한 감정등이 함께 가져갈 수 없는 점
에서는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잡아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가족과 친구, 소중한 이웃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사랑의 빚을 지며 살고 있다. 그러니까
행복한 것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

엄마, 아내, 딸, 교수로서 정말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어느 날 운명은 장난처럼 다가왔다.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다가 허리를 접질려 치료 받으며 유선암을 알게되고 그것도 뼈까지 이미 전이
되어 더이상 어찌 할 수 없는 상태라는 듣고 싶지 않은 진단을 받게 되었다.

남편은 아픈 아내를 향해 "하늘에 빌었어. 당신 살려달라고.당신 살아서 내가 50년 동안 매일매일
당신 엉덩이를 닦아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어"라며 연민과 사랑을 담은 고백을 들려 주었다.
그녀는 33회 생일(2010.4.6.)을 기념하며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포스팅하였다.

병원에는 환자가 많아서 멀쩡한 사람도 병원에 오래 있으면 병자가 될것 같은 느낌이었지만,만약
내가 단 3박4일간의 병원생활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그녀의 글에 공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를 모두 읽고 저자의 블로그를 찾았다.그런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두 중국어
라서 읽을 수가 없었다.그래도 그 분위기를 알고 싶다면 아래로 가면 된다.

http://blog.sina.com.cn/yujuanfu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