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storm


이번일의 시작은 이랬다.
고등학교 총동창회 정기모임이 있어서 저녁 7시까지 롯데호텔 3층에 갈일이 생긴 것이다.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걸려 온 시간외 주식주문을 결말 짓고
이후 6시까지 사무실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웠다.

바깥은 봄을 재촉하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어서 평소보다 일찍 나와 차를 몰고
모임장소로 향했다.방향이 같은 동료 직원 둘을 차에 태우고
수다를 떨면서 여유롭게 롯데호텔로 향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출발했지만 비가와서 차들이 정체되어 
6시 53분쯤 지하주차장에 주차 한 후 아이폰으로 주차한 자리의 벽에 명시된
위치표식을 촬영 한후 부리나케 3층 행사장소로 올라갔다.

행사장소에서 뷔페음식으로 저녁을 먹었고,시간이 지날수록 따분하게 느껴지는
시간들은 아이폰으로 사진도 찍고 페이스북 관리도 하는 등 시간을 보내며
순조롭게 행사를 마쳤다.



동기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갔는데 나의 차가 없는 것이었다.
뭔가 둔기로 맞은 느낌...
    



순간적으로 당황되었지만 호텔 프로트로 가서 내가 촬영한 B1 B4F
장소 표식을 보여주며 어떻게 내 차가 없어졌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였다.

여기서 B4F는 지하 4층 F열이라는 의미다.

그랬더니 프론트 근무자는 주차관리실로 전화를 하며 나의 차량번호를
불러주며 알아 본 결과 그런 차는 입차하지를 않았다고 한다.

롯데호텔은 차를 입차 할때 그냥 들어가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차 번호를
인식하여 주차시간과 주차요금을 정산하는 구조다. 

나는 뭔가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불과 2시간30분전에 분명히 차를 몰고
들어왔고 주차를 했으며 주차장소를 촬영했는데...

어떻게 차량도난이 가능한가? 차  속에 둔 노트북,아이패드 및 각종 탑재물까지..
환장 할 노릇이었다.

갑자기 머리 속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뭔가 풀리지 않는 미로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드디어 나의 상상은 영화의 한장면을 떠 올리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나의 정신과 감정은 헤어날 수 없는 퍼펙트 스톰에 갇힌 것이다.

프론트 근무자는 2층의 주차관리실 중앙통제실을 알려주며 그쪽으로 가면
도와줄것이라고 하여 주차관리실을 찾았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꼬불꼬불 미로를 지나 주차관리실로 가니 영화에서나 봄직한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TV화면이나 PC모니터 같은 디스플레이 장비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고
그곳엔 근무 종사자가 몇명있었다.

처음에 차량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더니 역시 입차 한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더니 담당자가 가끔 차량들이 연이어 물려서 들어오면 컴퓨터가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6시 50분경 입차한 화면을 되돌려 점검을 하였다.

다행히 입차하는 화면을 찾았다.통제실에서 주차장의 주차요원과 무전연락을 취하며
4층을 다 뒤졌지만 역시 차는 없었다. 

그래도 나는 차가 입차한 화면은 있으니 다소 안도하고 있는데,
담당자는 다른층을 찾아보아야겠다며 현장의 주차요원과 연락을 취하였다.

그때 문득 떠오른 나의 상황인식이 머리를 스쳤다.

혹시..

역시나....아이폰을 뒤져보니 다른 입차 표식 사진이 있는 것이었다. 
C4 B3F...지하3층 F열에 내차가 있다는 의미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흘전에 나는 롯데호텔에 주차를 한적이 있었다.
근처 대우증권 서면지점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지하 4층에 주차를 하고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그 사진을 삭제하지 않아서 그 사진과 혼동한 것이었다. 

주차관리실 중앙통제실에서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출차를 하려는데 그때까지 진정이 안되었는지 주차장 출구를 못찾아
몇바퀴 회전 한후 겨우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트를 타고 7층에 도착 할 즈음 아이폰이 없어서
차에 둔것 같은 느낌에 다시 1층을 내려왔더니 아이폰은
와이셔츠 가슴 호주머니에 있는 것이었다.

아아! 언제부터 내 생활에서 아이폰이 나를 지배하게 되었단 말인가?

다시 엘리베이트를 타고 집으로 힘든 귀가를 했는데
나를 반기는 것은 교통범칙금 과태료였다.

열흘전 출근할 때 위반하여 고지서가 하필 오늘 도착한 것이다.




아..힘든 하루....도망갈 곳 없게  세군데서 완벽하게 몰아치는 퍼펙트스톰 영화가 떠올랐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쳐)
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END
.........................
P/S

저도 최근에 알았습니다만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기억력감퇴를
"디지털 치매"라고 하더군요.스마트폰이나 어플이 편리하긴 하지만 너무 의존해서
생기는 병을 말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친구 전화번호 하나도 외우지 못합니다.
그냥 아이폰에 다 저장되어 있으니 외울 필요가 없는 겁니다.

가령 길을 아는 곳인데도 굳이 네비를 켜서 가면 좀더 안심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디지털 치매는 경중의 차이는 있어도 현대인이라면 모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